인문학

과거를 흘려보내고 오늘을 살아내는 연습

마춤이 2025. 6. 24. 14:50

우리는 종종 과거에 머문 채 오늘을 살아갑니다. 지나간 일인데도 마음은 그때 그 장면에 붙잡혀 있고, 말은 지금을 이야기하지만 감정은 이미 오래전 상처 속에 있습니다. 미처 표현하지 못한 말, 이해받지 못한 감정, 완전히 끝맺지 못한 관계들이 마음 어딘가에 덩어리처럼 남아 있어 현재의 삶에 자꾸 그림자를 드리우곤 하지요. 누군가는 어릴 적 부모의 무관심을, 누군가는 오래전 이별의 후회를, 또 누군가는 자신이 저질렀던 실수의 자책을 떠올리며 자꾸만 '그때 그랬더라면'을 반복합니다. 그러는 사이 삶은 오늘도 흘러가고, 우리는 눈앞의 기회를 놓치기도 하고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알아채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나쁜 건 아닙니다. 오히려 과거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면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고통은 형태만 달리해 계속 나타납니다. 그러나 문제는 ‘머무는 것’이지요. 지나가야 할 감정에 계속 집을 짓고, 흘러야 할 기억에 뿌리를 내릴 때 우리는 삶의 방향을 잃습니다. 마음공부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단지 과거를 잊자는 말이 아니라, 그 기억을 ‘이해’하고 ‘놓아보는’ 연습을 하자는 것입니다. 마음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과거의 에너지를 흘려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지금을 온전히 살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이라는 날은 단 하루의 시간이 아닙니다. 오늘은 내가 숨 쉬는 이 순간이자,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유일한 지점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음을 지금에 머물게 하는 연습 없이 늘 어제의 후회나 내일의 걱정에 갇혀 삽니다. 마음공부는 아주 단순한 일상에서 시작됩니다. 눈을 감고 호흡을 느끼고, 오늘 만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 지금 내 감정이 어떤지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작은 일부터 말이지요. 이렇게 '지금 여기'를 의식적으로 살아내는 습관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과거의 사슬을 조금씩 느슨하게 풀어줍니다. 이 글은 그런 연습을 함께 시작해보자는 제안입니다. 과거를 억지로 밀어내지 않고, 감정을 외면하지도 않으면서도 조금씩 오늘의 나에게 에너지를 돌려주는 연습. 그 작은 마음의 움직임이 결국 인생을 바꾸는 힘이 됩니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아도, 마음의 위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더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오늘을 살아내는 쪽으로 한 걸음 내딛어 보는 건 어떨까요?

과거를 흘려보내고 오늘을 살아내는 연습

1. 머물던 감정을 떠나보내는 마음 연습

우리는 왜 그토록 지나간 감정에 머물게 되는 걸까요. 마음은 과거를 기억할 뿐 아니라, 그때 느낀 감정과도 함께 머무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일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생생하고, 어떤 사람은 떠나간 지 오래인데도 마음속에서 계속 대화를 하고 있는 듯 느껴지곤 합니다. 특히 외면당했던 감정, 끝맺지 못한 말, 충분히 표현되지 못한 상처는 무의식의 그늘 속에서 나도 모르게 반복되며 삶의 방향을 틀어버리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사람은 성인이 되어도 늘 인정받고 싶어 하며, 그 갈증은 관계 속에서 되풀이됩니다. 과거에 겪은 실패가 자존감의 기준이 되어버린 사람은 새로운 시도 앞에서도 무너질 것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이렇게 머물러 있는 감정은, 우리가 지금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과거의 필터로 오늘을 해석하게 하니까요. 그렇기에 마음공부에서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연습은, 감정을 떠나보내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여기서 '떠나보낸다'는 건 억지로 없던 일처럼 지우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내 안에서 조용히 머물며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나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작업입니다. 그 감정의 뿌리를 인식하고,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순간, 그 감정은 더 이상 나를 붙잡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가 감정을 억누르려 할수록 오히려 그 감정은 커지고, 무시하려 할수록 더 크게 우리를 지배합니다. 하지만 천천히 들여다보고, 괜찮다고 허용해 줄 때, 그것은 제자리를 찾아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던 원망이 있다면 그 감정의 근원을 따라가 보는 겁니다. 정말 그 사람을 미워했던 걸까, 아니면 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나의 바람이 채워지지 않아서 아팠던 건 아닐까. 그렇게 감정의 본질을 이해하게 되면, 우리는 분노나 후회 같은 표면적인 감정 뒤에 있던 진짜 마음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과거에 머무르지 않게 됩니다. 마치 닫힌 방 안에 머물러 있던 감정이 창문을 열고 바람처럼 빠져나가는 것처럼, 마음도 서서히 가벼워집니다. 그리하여 과거에 묶여 있던 에너지에서 벗어나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여백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이 연습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가능합니다. 매일 5분이라도 조용히 앉아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지금 이 감정이 어디에서 오는 걸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 그 시간은 생각보다 크고 깊은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감정은 물처럼 흘러야 맑아지듯, 마음속 감정도 흘러야만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흐름의 시작은, 나에게 솔직해지는 작은 연습에서부터 시작됩니다.

2. ‘지금 여기’를 사는 마음 습관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과거에 머물고, 미래로 달려갑니다. 무심코 걷는 길에서도 문득 어제 했던 말을 떠올리며 후회하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상상하며 불안을 키웁니다. 생각은 늘 지금을 떠나 있고, 감정은 그 생각을 따라 요동칩니다. 그래서 현재를 살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지면, 삶은 자꾸만 무거워지고 어디에도 발 디딜 곳이 없어집니다. 그런데 정말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여기'에 머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아침 햇살이 창문을 비추는 그 따스함에 집중하고, 커피 한 잔의 향을 천천히 음미하며, 눈앞에 있는 사람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것. 이 단순한 순간들이야말로 진짜 삶이고,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는 가장 본질적인 힘입니다. 하지만 이 마음 습관은 노력 없이는 생기지 않습니다. 우리는 너무 오랜 시간 ‘생각’ 속에 살아왔기에,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연습을 새롭게 배워야 합니다. 지금 여기를 살아낸다는 건, 생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바라보는 연습입니다. 아, 내가 또 미래 걱정 속에 빠졌구나. 아, 지금 마음이 과거의 그날로 흘러갔구나. 그렇게 알아차리고 돌아오는 것, 그게 마음공부에서 말하는 ‘마음 챙김’의 시작입니다. 지금의 나를 인식하고, 숨결 하나하나에 나의 주의를 머무르게 하는 것. 이 연습이 쌓이면, 무의식적으로 과거에 끌려가던 마음도 조금씩 방향을 틀게 됩니다. 지금 여기로 돌아온다는 건 곧, 나를 돌보는 일입니다. 일상의 반복 속에서 자신을 잊고 살기 쉬운 우리는, 자주 외부 자극에 반응하며 감정이 휘둘립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예상치 못한 사건 하나에도 마음이 크게 출렁이지요. 그런데 지금 여기를 사는 습관이 몸에 배면, 그 흔들림 속에서도 나를 지키는 힘이 생깁니다. 바람은 불어도 나무는 중심을 잃지 않듯, 마음 또한 지금에 머무는 힘이 생기면 외부의 소음보다 내부의 고요함이 더 크게 들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하루 3분이라도 눈을 감고 ‘나는 지금 숨 쉬고 있다’,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라고 마음속으로 되뇌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중심이 달라집니다. 또는 밥을 먹을 때 음식의 온도, 질감, 향기를 천천히 느껴보는 것. 그 순간만큼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이라는 시간 안에 나를 데려다 놓는 행위입니다. 이런 작은 연습이 쌓이면, 하루 전체의 질이 달라집니다. 더는 어제의 일에 얽매이지 않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걱정하지도 않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마음 깊이 느끼게 됩니다. 삶은 결국 순간의 연속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유일한 시간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뿐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단순한 진실을 잊고 삽니다. 마음이 떠난 자리에 삶이 없듯, 마음이 지금 여기에 돌아올 때 비로소 삶도 나도 온전해집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 무엇을 하든 그 순간에 머물러 보세요. 물 한 잔을 마시더라도 그 안에 나의 감각을 실어보세요.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연습은, 삶을 가장 충만하게 만드는 연습이기도 합니다.

3. 후회와 자책을 놓아주는 법

후회는 언뜻 보면 과거의 실수를 되짚으며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의 후회는 마음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감정의 덫이 됩니다. "그때 그렇게 하지 말걸", "조금만 더 용기를 냈다면", "왜 나는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이런 생각은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며 지금의 나를 미워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후회는 과거를 교훈으로 삼는 대신 현재의 삶을 마비시키는 무기로 변합니다. 더 무서운 건 이 후회가 자책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내가 잘못했어’, ‘나는 부족해’, ‘내가 자격이 없어서 그래’라는 생각은 마음의 상처를 덧나게 하고, 자신에 대한 신뢰를 조금씩 갉아먹습니다. 그러나 삶은 ‘그때’가 아니라 ‘지금’ 흐르고 있고, 우리는 늘 그 지금에 존재합니다. 이미 지나간 시간에 머물며 자신을 채찍질하는 대신, 후회와 자책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때는 정말 몰랐다.” “그 상황에선 그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당시의 나에게 이해와 연민을 보내는 연습은 자책의 회로를 멈추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누구나 실수하고, 누구나 후회하며 살아갑니다. 중요한 건 그 실수 위에 어떤 삶을 다시 쌓아 올릴 것인가입니다. 후회 자체보다도, 후회를 대하는 태도가 우리 삶을 결정짓습니다. 마음공부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연습 중 하나는 ‘자신에게 말 걸기’입니다. 자책이 올라올 때마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자신에게 건넬 수 있습니다. “나는 그때 최선을 다했어.” “지금도 잘하고 있어.” “실수는 내가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야.” 이 짧은 말들이 단순한 위로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반복되는 내면의 대화는 자책의 뿌리를 느슨하게 하고 결국에는 뽑아낼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우리가 자신을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해줄 수 있을 때, 비로소 마음은 현재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자책이 만들어낸 마음속 그림자를 걷어내고 나면, 그 아래에는 자신을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또한 자책을 내려놓기 위해서는 삶의 시선을 바꾸는 것도 중요합니다. 실패를 ‘끝’이 아니라 ‘변화의 계기’로 바라보는 관점, 그 일을 통해 내가 성장했는지를 중심에 두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선택이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왔더라도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운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이 경험을 통해 내가 얻은 교훈은 무엇이었을까?", "이 상황에서 내가 보여준 용기는 어떤 것이었을까?"—이런 질문은 자책이 아닌 성찰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줍니다. 후회를 딛고 일어서기 위해 우리는 과거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지금의 나를 진심으로 이해해 주는 태도를 익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후회를 없애려 애쓰기보다 그 감정을 함께 앉아 바라보는 연습입니다. 후회를 미워하지 않고, 자책을 밀어내지 않고, 그저 "지금 그런 감정이 올라오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리는 것. 이 순간 마음은 이미 치유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간 것입니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비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이야말로 가장 깊은 자비의 시작입니다. 그 자비가 나를 과거의 감옥에서 꺼내 현재라는 삶의 마당으로 데려다 줄 것입니다.

4. 감정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

감정은 늘 흐릅니다. 마치 하늘 위의 구름처럼, 어떤 감정도 머무르지 않고 지나가려는 속성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감정이 올라오는 그 순간, 그것을 막거나 없애려 애씁니다. 불안은 사라지길 바라고, 분노는 감추려 하며, 슬픔은 들키지 않으려 애씁니다. 그렇게 감정을 억누르다 보면,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에 쌓여 어느 날 훨씬 더 큰 파도로 몰려오곤 합니다. 마음공부가 가르쳐주는 첫 번째 자세는 ‘감정을 통제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는 어쩌면 가장 쉽고도 어려운 훈련입니다. 우리는 감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감정을 없애려 합니다. 하지만 감정이 생겨나는 순간은 통제가 불가능합니다.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오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울컥 눈물이 터지며, 작은 자극에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건 인간으로서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중요한 건 이 감정에 끌려가지 않고, 동시에 억누르지도 않는 균형을 찾는 것입니다. 감정이 올라올 때 "지금 나는 두렵구나", "슬픔이 나를 찾아왔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연습은 내면의 에너지를 무의식의 충동이 아닌 의식적인 선택으로 돌려놓는 힘을 길러줍니다. 감정을 바라본다는 것은 그것을 해석하거나 분석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냥 그 자리에 함께 있어주는 일입니다. 마치 친구가 눈물을 흘릴 때,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주는 것처럼 내 감정에도 그런 존재가 되어주는 겁니다. “너 지금 그런 마음이었구나.” 그 한마디가 내면의 혼란을 잔잔하게 만들고, 나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자책이나 후회 같은 감정은 우리를 가장 깊이 묶는 감정이기에, 그 감정을 억누르거나 부정하기보다는 “지금 이 마음을 충분히 느껴도 괜찮아”라고 허락해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감정을 억누르는 사람은 타인을 배려하는 척 하면서 사실은 자신의 감정이 불편한 겁니다. 그 불편함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괜찮은 사람'을 선택하고, 결과적으로 더 큰 고통을 반복하게 됩니다. 반면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사람은 타인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겪는 불안, 상처, 외로움을 인정하는 사람만이 타인의 고통을 억지로 치유하려 하지 않고, 그저 곁에 있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공부의 핵심은 감정을 조절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 ‘나는 감정이 아니다’라는 더 큰 자각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감정은 오고 가지만 나는 그 감정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존재라는 깨달음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감정이 몰려와도 덜 흔들리게 됩니다. 내가 감정을 흘려보낼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체화하게 되는 거죠. 감정은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손님'처럼 대하면 됩니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지만, 문 앞에 잠깐 머물다 가는 존재. 그렇게 마음 안에 공간을 마련해두면, 감정은 우리를 덜 위협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마음을 훈련할 때, 감정은 더 이상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나를 일깨우는 신호가 됩니다. “나는 지금 이 상황에서 이런 감정을 느낄 정도로 예민해 있구나”, “이 감정은 내가 소중히 여기는 무언가를 건드렸구나”라고 해석할 수 있게 되면, 감정은 더 이상 문제의 근원이 아니라 나의 내면과 삶을 들여다보는 창이 됩니다. 감정에 휘둘리기보다 감정과 나란히 걷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진정한 마음공부의 시작입니다.

5. 오늘을 살아내는 나만의 문장 만들기

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많은 문장을 들으며 자랍니다. “그렇게 살면 안 돼”,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더 노력해야지”, “참아야지” 같은 말들은 때로는 격려로 들리고, 때로는 억압으로 들리며 마음 어딘가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 말들이 반복될수록 우리는 자기 자신을 타인의 시선으로 재단하고 평가하게 됩니다. 결국 ‘나는 누구인가’보다 ‘남들이 말하는 나’에 더 집중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진정한 회복은 남들이 만든 문장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건네는 한 문장에서 시작됩니다. 마음공부가 일러주는 것은 결국 그 문장을 다시 쓰는 일입니다. 나의 과거, 나의 아픔, 나의 실수들을 바라보며 그 모든 이야기를 정리하고, 오늘의 나에게 맞는 새로운 문장을 선물하는 일. “나는 잘 살아왔다”, “나는 지금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다”, “오늘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는 나를 사랑한다”와 같은 문장들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바꾸는 힘이 됩니다. 우리는 흔히 삶을 바꾸기 위해 환경을 바꾸거나, 관계를 끊거나, 거창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변화도 필요할 수 있지만, 진짜 근본적인 변화는 내가 매일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네는가에서 시작됩니다. ‘나는 안 돼’, ‘나는 부족해’, ‘왜 이것밖에 못 해’라는 문장을 매일 되뇌인다면 아무리 좋은 환경과 조건이 주어져도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됩니다. 반면에 ‘괜찮아, 잘하고 있어’, ‘지금도 충분해’, ‘이 순간도 나의 일부야’라는 문장을 반복하다 보면 삶은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이 문장은 남이 정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책에서 본 좋은 말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내 것이 되려면 반드시 내 마음으로 체화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마음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회복 문장’이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나는 나를 믿는다”라는 말이 위로가 되고, 누군가는 “흐르는 대로 살아도 괜찮다”라는 문장이 하루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그 문장을 찾는 일이 특별한 날이나 성취가 있을 때가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오늘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을 살아내는 나만의 문장’을 만들기 위해, 먼저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감정이 어떠한지, 몸은 어떤지, 어떤 생각들이 떠오르고 사라지는지. 그런 내 안의 움직임을 가만히 느끼며 떠오르는 말들을 적어보는 것입니다. 때로는 눈물이 날 만큼 가슴 깊이 와 닿는 문장이 나올 수도 있고,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평범한 말이 나를 하루 종일 붙잡아 줄 수도 있습니다. 그 문장을 찾는 과정이 곧 나를 돌보고 사랑하는 시간이 됩니다. 글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오늘 하루 느낀 감정, 떠올랐던 생각, 마주한 순간들을 짧게 기록하다 보면 그 속에서 나를 위한 문장이 만들어지곤 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도 흔들렸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어”, “조금 지쳤지만, 다시 시작할 힘은 남아 있어” 같은 문장들입니다.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이 문장 하나가 더 큰 울림이 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내가 나에게 건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마음공부는 결국 자기 자신과의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지금까지의 삶을 지배해온 문장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새롭게 써 내려가는 일. 하루를 살아내며,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믿음을 담은 단 하나의 문장. 그것이 있다면 오늘을 살아내는 힘은 충분합니다. 당신도 당신만의 회복 문장을 만들어보세요. 그리고 그 문장을 오늘, 당신의 마음속에 조용히 심어두세요. 내일의 당신은 아마도 그 문장을 발판 삼아 더 단단하게 걸어갈 수 있을 테니까요.

삶은 과거가 아니라 오늘이라는 씨앗으로 자란다

지나온 시간 속에는 분명 후회도 있고 자책도 있고 되돌리고 싶은 장면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기억들은 오늘을 살아내는 연료이자 내면의 토양이 된다. 마음공부는 과거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품에 안고 지금 여기의 삶을 다시 살아보는 연습이다. 잊으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끌어안고, 그 감정과 이야기들을 낱낱이 살펴보는 것.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어제를 넘어서 오늘로 건너오는 법을 배운다. ‘과거를 흘려보낸다’는 말은 모든 기억을 없앤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기억을 품되, 그 기억에 끌려가지 않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어떤 날은 무언가 떠올라 마음이 휘청일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다시 오늘로 돌아오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마음챙김의 언어로 말하자면, ‘지금 이 순간에 깨어있기’이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이미 치유는 시작된다. 우리는 종종 ‘변화’라는 이름 앞에 조급해진다. 빨리 나아져야 한다고, 금방 좋아져야 한다고, 어제를 잊고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하지만 마음의 변화는 그렇게 성급히 닥쳐오는 일이 아니다. 매일같이 같은 문장을 반복하고, 하루하루 오늘을 살아내며 천천히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마음공부는 꽃을 피우는 일이 아니라 먼저 뿌리를 다지는 일이다. 과거의 내가 오늘을 살아낼 수 있도록 해준 것처럼, 오늘의 내가 또 내일의 나를 살려낼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나를 믿어도 된다. 수없이 흔들렸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 여러 번 상처받았지만 여전히 사랑을 선택하는 나, 실패와 실망을 겪고도 다시 희망을 품는 나. 이런 내가 있기에, 어떤 과거도 더 이상 나를 가두지 못한다. 오늘을 살아내는 연습은 거창한 계획 없이 시작해도 된다. 지금 이 순간, 호흡을 한번 느껴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내 손에 닿은 따뜻한 찻잔, 창밖의 햇살, 몸속을 가볍게 스치는 바람. 이런 모든 것이 나에게 지금을 살아가는 감각을 알려준다. 그 느낌에 집중할 때, 우리는 더 이상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존재가 된다. 마음공부는 삶의 방향을 바꾸는 거창한 철학이 아니다. 오히려 아주 작은 깨달음, 자그마한 실천의 반복이다. 그 작은 한 걸음들이 쌓여 나라는 사람의 중심을 단단하게 만든다. 과거의 기억이 올라올 때마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고 스스로 말해주는 것. 스스로를 다그치기보다 다독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것. 그렇게 우리는 매일 조금씩 새로운 나로 자라나는 중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조용히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은 잘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도 잘 살아가고 있다.” 이 문장이 당신의 오늘을 지켜주는 작은 등불이 되기를, 그리고 매일매일 당신만의 문장으로 오늘을 살아내기를 바란다.

🍃 “오늘을 살아내는 내가, 나를 가장 빛나게 만듭니다.”
🌼 “나는 오늘, 내 삶의 주인으로서 조용히 한 발을 내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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